전체 글90 해바라기: 클리티에의 사랑, 태양을 향한 변치 않는 마음 - 9월 마지막 태양과 함께하는 영원한 기다림 9월 꽃과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11 (최종편)9월 말, 여름의 마지막 흔적처럼 커다란 해바라기들이 고개를 숙이고 서있어요. 한여름의 당당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태양을 향한 그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어요. 무거워진 꽃머리를 힘겹게 들어올려 서쪽 하늘의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이 애틋하기만 해요.해바라기를 보면 언제나 같은 의문이 들어요. 왜 저렇게 태양만 바라보며 살아갈까? 다른 방향도 얼마나 아름다운데 오직 태양에만 마음을 빼앗겨 **사는 걸까?이 한결같은 사랑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리스 신화의 클리티에(Clytie) 이야기가 떠올라요. 태양신 헬리오스를 사랑했던 바다의 님프로, 자신의 사랑이 배신당한 후에도 끝까지 헬리오스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애절한 여인이에요.클리티에는 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2025. 9. 14. 물레국화: 아라크네의 실, 베짜기 달인이 남긴 마지막 작품 - 거미줄처럼 가는 꽃잎과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 9월 꽃과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109월 들판을 걷다 보면 실처럼 가느다란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바로 물레국화예요. 수많은 가는 꽃잎들이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정교한 실타래나 거미줄 같아요.물레국화의 꽃잎을 자세히 보면 정말 놀라운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어요.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꽃잎들이 수백 개씩 모여서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거든요. 마치 최고급 실로 짠 직물 같은 정교함이에요.이 섬세하고 정밀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리스 신화의 아라크네(Arachne) 이야기가 떠올라요. 베짜기의 달인으로, 신들조차 감탄할 정도의 완벽한 직물을 만들어내던 천재 소녀였거든요.아라크네는 자신의 실력에 너무 자신만만해서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게 베짜기 대결을 신청.. 2025. 9. 14. 물봉선: 디오니소스의 술잔, 가을 정원에서 벌이는 축제 - 통통한 꽃의 즐거움과 수확을 기념하는 고대 그리스의 향연 9월 꽃과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99월 정원을 걷다 보면 정말 귀여운 꽃을 만날 수 있어요. 바로 물봉선이에요. 통통하고 둥근 모양이 마치 작은 술잔처럼 생겼어서 'Jewelweed'라고도 불리거든요. 물방울이 맺힌 모습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서 붙은 이름이에요.물봉선의 가장 재미있는 특징은 꽃 모양이에요. 뒤쪽으로 길게 뻗은 꿰(距)가 있어서 마치 고대 그리스의 술잔이나 뿔잔(rhyton) 같은 느낌이 들어요. 특히 노란색이나 주황색 물봉선을 보면 정말 꿀술이 가득 담긴 신들의 술잔 같아요.이 유쾌하고 풍성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us)가 떠올라요. 포도주와 축제의 신으로, 9월 수확철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이거든요. 디오니소스의 축제는 단순한 술잔.. 2025. 9. 14. 헤르메스: 호기심의 전령, 판도라에게 양날의 검을 선물한 신들의 메신저 - 경계를 넘나드는 자와 소통의 이중성 도라지꽃 보너스 편 - 모든 메시지의 주인을 만나다판도라 창조 과정에서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선물을 준 신이 바로 헤르메스(Hermes)예요. 다른 신들이 아름다움, 지혜, 손재주 같은 명백히 좋은 것들을 주었다면, 헤르메스는 '호기심'과 '교활함'이라는 양날의 검 같은 특성을 주었거든요.이 선물이야말로 판도라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헤르메스의 호기심이 없었다면 판도라는 절대 상자를 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면 재앙도 없었겠지만 희망도 없었을 거고요. 결국 인간의 복잡한 운명을 결정한 것이 바로 헤르메스의 선물이었던 거죠.도라지꽃의 별 모양을 보면 헤르메스가 떠올라요. 다섯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꽃잎이 마치 모든 곳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헤르메스의 역할과 닮아있거든요. 그리고 봉오리가 부풀었다가 터지는 모습.. 2025. 9. 13. 도라지꽃: 판도라의 희망, 상자 밖으로 나온 마지막 선물 - 별 모양 꽃에 담긴 인간의 시련과 위로 9월 꽃과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89월 산길을 걷다 보면 보라색 별꽃이 눈에 띄어요. 바로 도라지꽃이에요. 다섯 개의 꽃잎이 별 모양으로 벌어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별이 꽃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도라지꽃을 자세히 보면 정말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다섯 개의 뾰족한 꽃잎이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희망의 별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아요.이 아름다운 별 모양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리스 신화의 한 이야기가 떠올라요. 바로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예요. 온갖 재앙과 고통이 상자에서 나온 후, 마지막에 남은 것이 바로 희망(Elpis)이었거든요.도라지꽃의 별 모양이 꼭 상자 뚜껑이 열리는 모습 같아요. 그리고 그 보라색 빛깔이 신비로운 희망.. 2025. 9. 13. 꽃무릇: 페르세포네의 마지막 선물, 이승과 저승을 잇는 붉은 다리 - 9월에만 나타나는 신비한 꽃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신 9월 꽃과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79월 중순이 되면 정말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어요.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갑자기 빨간 꽃이 솟아나는 거예요. 잎도 없고 줄기만 쑥 올라와서 화려한 꽃을 피우는 모습이 정말 신비로워요. 바로 꽃무릇(석산)이에요.꽃무릇의 가장 신기한 특징은 꽃과 잎이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9월에는 꽃만 피고, 꽃이 진 후 10월쯤부터 잎이 나와서 겨울 내내 있다가 봄에 사라져요. 마치 두 개의 다른 생명이 번갈아가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이 신비한 특성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Persephone)가 떠올라요. 1년 중 6개월은 지하세계에서, 6개월은 지상세계에서 보내는 그녀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거든요.꽃무릇의 붉은 색깔도 의미심장해요. 마치 저승과 이승을.. 2025. 9. 13.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