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 12신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헤라(Hera)입니다. 로마 신화에서는 유노(Juno)라고 불리는 이 여신을 보면... 솔직히 좀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 제우스의 아내로서 끊임없이 질투하고 복수했던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헤라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했거든요.
헤라는 단순히 질투쟁이가 아니에요. 결혼과 가정의 신성함을 지키려 했던 여신이고,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오늘은 헤라의 진짜 모습을 세 가지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생각했던 헤라와는 조금 다를 거예요.
1. 질투와 분노: 배신당한 아내의 처절한 감정들
완벽했던 결혼식, 그리고 그 뒤의 현실
헤라와 제우스의 결혼은 정말 화려했어요. 모든 신들이 축복했고,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황금 사과나무를 선물로 줬죠. 헤라는 아름다운 신부였고, 제우스도 멋진 신랑이었어요. 모든 게 완벽해 보였죠.
하지만 신혼여행이 끝나자마자 현실이 시작됐어요.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거죠.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끊임없이 말이에요. 헤라 입장에서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을 거예요. 신들의 여왕인 자신을 두고 인간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다니요.
특히 화가 났던 건 제우스가 변명조차 제대로 안 했다는 거예요. "사랑에 빠져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했거든요. 헤라 입장에서는 "그럼 나는 뭐야?" 하는 마음이었겠죠.
이오 사건: 질투의 시작
헤라의 질투가 본격적으로 폭발한 첫 번째 사건이 이오 이야기예요. 이오는 헤라의 여사제였는데, 제우스가 이 아가씨에게 반해버렸거든요. 제우스는 구름으로 변신해서 이오에게 접근했어요.
헤라가 눈치를 챌까 봐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켜 놨어요. 그런데 헤라가 바보는 아니잖아요. "여보, 저 암소 참 예쁘네요. 선물로 주세요" 하고 받아버렸죠. 그러고는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를 시켜서 24시간 감시하게 했어요.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서 아르고스를 잠재우고 이오를 구출했지만, 헤라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독한 파리를 보내서 이오를 계속 괴롭혔거든요. 이오는 결국 이집트까지 도망가야 했어요. 헤라의 복수가 얼마나 집요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죠.
레토의 출산 방해: 질투의 절정
레토 사건은 헤라의 질투가 절정에 달한 케이스예요. 레토가 제우스의 아이(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임신했을 때, 헤라는 정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방해했거든요.
먼저 대지의 여신에게 "레토가 땅을 밟는 곳은 어디든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레토는 임신한 몸으로 온 세상을 헤매야 했죠. 어느 섬, 어느 대륙도 레토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결국 레토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델로스 섬에서만 아이를 낳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폴론을 먼저 낳고 나서도 아르테미스를 낳는 데 9일이나 더 걸렸다고 해요. 헤라가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아를 올림포스에 붙잡아 둬서 도움을 못 받게 했거든요.
상상해보세요. 임신한 여자가 9개월 동안 갈 곳이 없어서 떠돌다가, 떠다니는 섬에서 혼자 출산해야 하는 상황을요. 헤라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 수 있죠.
헤라클레스를 향한 평생의 적개심
헤라가 가장 오랫동안 괴롭힌 대상은 헤라클레스였어요. 제우스가 알크메네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들이었거든요.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미워했어요.
헤라클레스가 태어날 때도 방해했어요. 제우스가 "오늘 태어날 페르세우스의 후손이 그리스를 통치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는데, 헤라가 에일레이티아를 시켜서 헤라클레스의 출산을 늦추고 대신 에우리스테우스를 먼저 태어나게 했거든요.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나중에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을 받아야 했죠.
헤라클레스가 아기였을 때는 독사 두 마리를 보내서 죽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기 헤라클레스가 뱀을 맨손으로 잡아 죽여버렸죠. 그 뒤로도 헤라는 기회만 있으면 헤라클레스를 괴롭혔어요. 그 유명한 12가지 과업도 결국 헤라의 계략 때문에 해야 했던 거거든요.
2. 복수와 권모술수: 똑똑한 여신의 치밀한 계획들
창의적인 복수 방법들
헤라의 복수는 정말 창의적이었어요.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방법을 선호했거든요. 제우스의 연인들보다는 그 자식들을 더 오래 괴롭혔어요.
디오니소스의 경우도 그래요. 제우스가 세멜레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들인데, 헤라는 세멜레를 속여서 제우스의 진짜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게 만들었어요. 제우스의 번개 때문에 세멜레는 죽었지만, 디오니소스는 제우스 허벅지에서 태어났죠.
그 뒤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미치게 만들어서 온 세상을 헤매게 했어요. 하지만 디오니소스가 결국 포도주의 신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자, 헤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트로이 전쟁에서의 활약
헤라가 정말 무서운 면모를 보여준 건 트로이 전쟁 때예요. 파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뽑을 때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게 화가 났거든요. 헤라는 아테나와 함께 트로이를 완전히 멸망시키기로 마음먹었어요.
헤라의 전략은 정말 치밀했어요. 그리스군을 도와주면서도 제우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했거든요. 제우스가 트로이편을 들려고 하면 교묘하게 방해했어요. 한번은 제우스를 유혹해서 잠들게 한 사이 그리스군을 도와주기도 했죠.
포세이돈을 설득해서 그리스군 편에 서게 만든 것도 헤라의 작품이었어요. "제우스가 우리를 무시한다"면서 포세이돈의 자존심을 건드렸거든요. 결국 트로이가 멸망한 건 헤라의 끈질긴 복수심 때문이라고 봐도 돼요.
제우스와의 권력 투쟁
헤라는 제우스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어요. 한번은 포세이돈, 아폴론과 함께 제우스를 쇠사슬로 묶어버리려고 계획했거든요. 다행히 바다의 님프 테티스가 헤카톤케이레스를 불러서 제우스를 구해줬지만, 이 사건으로 헤라의 야심을 알 수 있었죠.
제우스도 헤라를 그냥 두지는 않았어요. 헤라를 하늘에 거꾸로 매달아서 벌을 준 적도 있어요. 발목에는 모루를 달고 손목은 황금 수갑을 채웠다고 해요. 다른 신들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제우스가 "건드리는 놈은 타르타로스로 보내버린다"고 해서 아무도 못 도왔죠.
하지만 헤라는 굴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교묘한 방법으로 제우스를 견제했거든요. 직접적으로는 못 이기니까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거죠.
헤파이스토스와의 특별한 관계
헤라가 가장 아꼈던 자식은 헤파이스토스였어요. 제우스 없이 혼자서 낳은 아들이었거든요. 제우스가 아테나를 혼자 낳은 것에 화가 나서 "나도 혼자 낳을 수 있다"고 해서 만든 아이였어요.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는 태어날 때부터 못생기고 다리를 저는 장애가 있었어요. 헤라는 실망해서 아이를 올림포스에서 던져버렸죠. 아이는 바다에 떨어져서 테티스와 에우리노메가 키웠어요.
나중에 헤파이스토스가 훌륭한 대장장이가 되어서 올림포스로 돌아왔을 때, 헤라는 정말 미안해했어요. 그래서 헤파이스토스를 가장 아끼게 됐죠. 제우스와 아테나가 특별한 관계인 것처럼, 헤라와 헤파이스토스도 특별한 모자 관계였어요.
3. 권위와 위엄: 올림포스 여왕으로서의 진짜 모습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
헤라의 본래 역할은 결혼과 가정을 지키는 것이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결혼 생활은 엉망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결혼은 정말 열심히 보호했거든요.
고대 그리스 여성들이 결혼할 때 가장 먼저 기도하는 대상이 헤라였어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헤라에게 제사를 지냈죠. 헤라는 그런 기도에 정말 성실하게 응답했어요.
헤라의 결혼식이 그리스 전체의 결혼 의식 모델이 되기도 했어요.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화관을 쓰고, 결혼 행진을 하는 전통이 모두 헤라의 결혼식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전통이죠.
출산의 여신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했어요.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때 헤라에게 도움을 요청했거든요. 물론 제우스 바람끼리들의 출산은 방해했지만, 일반 여성들의 출산은 정성스럽게 도와줬어요.
올림포스 여왕으로서의 권위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받은 게 아니었어요. 자체적으로도 엄청난 권위를 가진 여신이었거든요. 다른 신들도 헤라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못했어요.
헤라의 신전은 그리스 곳곳에 있었는데, 특히 아르고스에 있는 헤라이온이 가장 유명했어요. 이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보다도 더 오래된 건물이었어요. 헤라 숭배가 얼마나 뿌리깊었는지 알 수 있죠.
헤라만의 특별한 축제도 있었어요. 헤라이아라는 축제인데,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였죠. 이때 여성들은 헤라에게 결혼의 행복과 가정의 평화를 빌었어요. 남성들은 구경도 못하게 했다니까, 정말 여성만의 축제였던 셈이죠.
헤라의 상징물들과 그 의미
헤라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공작새였어요. 그 유명한 아르고스가 죽은 뒤, 헤라가 그의 백 개 눈을 공작새 깃털에 박아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공작새 깃털에 눈 같은 무늬가 있다고 하죠.
황소도 헤라의 상징이었어요. 힘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었거든요. 헤라의 신전에서는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석류는 헤라의 특별한 과일이었어요. 다산과 결혼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겨졌거든요. 헤라의 조각상들을 보면 손에 석류를 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왕관과 왕좌도 헤라만의 상징물이었어요. 다른 여신들과 구별되는 권위의 상징이었죠. 특히 헤라의 왕좌는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해요.
현대적 해석: 페미니즘의 선구자?
요즘 관점에서 보면 헤라가 꼭 질투쟁이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남편의 바람기에 맞서 싸운 당당한 여성으로 볼 수도 있거든요. 그 시대에 여성이 남편에게 반항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어요.
헤라가 제우스의 연인들을 괴롭힌 것도, 어떻게 보면 여성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었을 수도 있어요. "나는 정식 아내다. 함부로 대하지 마라"는 메시지였던 거죠.
특히 헤라가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을 보호한 것을 보면,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여신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남성 중심의 올림포스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존재였거든요.
물론 방법이 좀 과격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한 부분도 있죠. 말로 해서 안 되니까 행동으로 보여준 거니까요.
헤라의 또 다른 면: 보호자로서의 모습
헤라는 자신을 진심으로 섬기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보호자였어요. 아르고나우타이의 모험에서 이아손을 도와준 것도 헤라였거든요. 이아손이 어려서 헤라를 정성스럽게 섬겼기 때문이었어요.
한번은 헤라가 할머니로 변장해서 강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을 때, 이아손이 업어서 건네줬어요. 그때부터 헤라가 이아손을 특별히 아껴줬죠. 황금양털을 구하는 모험에서도 계속 도와줬어요.
트로이 전쟁에서도 그리스 영웅들을 도와준 건 개인적인 복수심도 있었지만, 그들이 헤라를 제대로 섬겼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헤라는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했거든요.
마치며
헤라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요. 그녀는 분명 질투심이 강하고 복수심에 불탔던 여신이었지만, 동시에 여성의 권익을 지키려 했던 선구자이기도 했어요. 완벽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결혼 제도 자체는 지키려 했던 모순적인 존재였죠.
요즘 시각으로 보면 헤라가 제우스를 그냥 차버리면 됐을 텐데 왜 그렇게 오래 참았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그 시대에는 이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헤라 자신이 결혼의 신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거겠죠.
헤라의 이야기는 결국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불완전한 남편을 둔 아내들, 가정을 지키려 노력하는 여성들,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모든 여성들 말이에요. 그래서 몇천 년이 지나도 헤라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 마음에 와닿는 거 아닐까요?
다음엔 포세이돈 이야기를 해볼게요. 바다의 왕이자 지진의 신, 그리고 말의 창조자까지... 제우스 못지않게 파워풀한 신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