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 시리즈 #18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화가 나본 적 있나요? 그냥 삐져서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정도로 끝났을 거예요.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는 파티 초대를 받지 못해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쟁을 일으킨 여신이 있어요. 바로 에리스(Eris), 불화와 다툼의 여신이죠.
에리스는 올림포스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여신이었어요. 그녀가 나타나는 곳마다 싸움과 분쟁이 일어났거든요. 신들은 에리스를 두려워했고, 가능하면 그녀를 멀리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을 초대하면서도, 딱 한 명... 에리스만은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아무도 몰랐죠. 에리스는 초대받지 못한 것에 분노해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 하나를 연회장에 던졌어요. 그 황금사과 하나가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사이의 경쟁을 촉발했고, 결국 트로이 전쟁이라는 10년간의 대참사로 이어졌거든요.
오늘은 작은 불씨 하나로 거대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었던 에리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거울 같은 존재였거든요. 작은 질투와 경쟁심이 어떻게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에리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1. 불화의 여신: 밤의 딸에서 전쟁의 동반자까지
닉스의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
에리스의 출생에 대해서는 여러 버전이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에리스는 닉스(Nyx, 밤의 여신)가 홀로 낳은 딸이에요. 아버지 없이 닉스 혼자서 에리스를 낳았다는 거죠. 이것만으로도 에리스가 얼마나 특별하고 어두운 존재인지 알 수 있어요.
닉스는 원초적인 신 중 하나로, 카오스에서 직접 태어난 존재예요. 밤 그 자체를 의인화한 여신이죠. 그런 닉스가 낳은 자식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들이었어요. 죽음의 신 타나토스, 잠의 신 히프노스, 운명의 여신들 모이라이, 그리고 불화의 여신 에리스...
어떤 버전에서는 에리스가 닉스와 에레보스(어둠의 신)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해요. 이 경우에도 에리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밤과 어둠에서 태어난 불화의 화신이라는 점에서 말이에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닉스는 에리스 외에도 많은 "고통스러운 자식들"을 낳았어요. 기만, 고통, 노년, 파멸... 이 모든 것이 에리스의 형제자매였죠. 그중에서도 에리스는 특히 활동적이고 영향력이 큰 존재였어요.
두 가지 얼굴: 좋은 에리스와 나쁜 에리스
흥미롭게도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들』에서 에리스가 두 명 있다고 말해요. 하나는 나쁜 에리스로, 전쟁과 폭력적인 다툼을 일으키는 여신이에요. 다른 하나는 좋은 에리스로, 건강한 경쟁심과 근면함을 불러일으키는 여신이죠.
나쁜 에리스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에리스예요. 사람들 사이에 질투와 미움을 심고, 작은 오해를 큰 싸움으로 키우는 존재예요. 그녀가 속삭이면 친구가 적이 되고, 가족이 갈라서고, 나라가 전쟁에 빠져요.
하지만 좋은 에리스는 달라요. 이웃이 잘되는 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건강한 경쟁의식을 불러일으켜서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거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경쟁심이라도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는 마음인지, 아니면 나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마음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걸 알았거든요.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경쟁'과 '파괴적인 경쟁'의 구분이 이미 고대 그리스에 있었던 거예요.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는 좋은 에리스의 영역이었고, 전쟁터의 살육은 나쁜 에리스의 영역이었어요.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관계
에리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어떤 신화에서는 에리스가 아레스의 여동생이라고 하고, 어떤 신화에서는 그의 동반자 또는 연인이라고 해요. 관계가 어떻든, 둘은 항상 함께 다녔어요.
아레스가 전쟁터에 나타날 때 에리스도 함께 나타났어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트로이 전쟁에서 에리스와 아레스가 함께 활약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요. 아레스가 직접적인 폭력과 전투를 관장한다면, 에리스는 그 전쟁을 일으키게 만드는 원인, 즉 불화와 갈등을 만들어냈어요.
에리스는 전쟁터에서 작게 시작해서 점점 커졌어요. 처음에는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전투가 격렬해질수록 에리스도 거대해졌죠. 전사들의 분노와 증오가 커질수록 에리스의 힘도 강해지는 거예요.
호메로스는 에리스를 "불굴의 분노를 가진 자", "전쟁터를 휘젓는 자"라고 묘사했어요. 그녀는 전사들의 마음속에 복수심과 전투욕을 불어넣었고, 아군과 적군 모두를 더욱 격렬하게 싸우도록 만들었어요.
에리스의 자식들: 고통의 군단
에리스도 어머니 닉스처럼 많은 자식을 낳았어요. 그리고 그 자식들은 하나같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들이었죠. 헤시오도스는 에리스의 자식들을 이렇게 나열해요.
폰토스(고통), 레테(망각), 리모스(기근), 알게아(비통), 휘스미나이(싸움), 마카이(전투), 포노이(살육), 안드로크타시아이(학살), 네이케아(다툼), 프세우데아(거짓말), 로고이(이야기), 암피로기아이(분쟁), 디스노미아(무법), 아테(파멸), 호르코스(맹세)...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죠? 에리스의 자식들은 전쟁터에서, 법정에서, 가정에서, 시장에서... 인간이 모여 사는 모든 곳에 존재했어요. 작은 거짓말이 큰 분쟁이 되고, 분쟁이 전투가 되고, 전투가 학살로 이어지는... 그 모든 과정이 에리스와 그녀의 자식들이 만들어낸 거였어요.
특히 호르코스(맹세)가 에리스의 자식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맹세는 좋은 것 아닌가 싶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깨진 맹세가 가장 큰 불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어요. 약속을 어기는 순간, 신뢰가 깨지고 갈등이 시작되니까요.
올림포스에서의 입지: 두려움의 대상
에리스는 올림포스의 정식 일원이 아니었어요. 12주신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올림포스 산에 거처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누구보다 강했어요. 모든 신들이 에리스를 두려워했거든요.
제우스조차 에리스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어요. 에리스는 아버지도 없이 태어난 자율적인 존재였고, 어머니 닉스의 보호를 받고 있었어요. 닉스는 제우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원초적 힘을 가진 여신이었거든요.
다른 신들은 에리스를 피했어요. 특히 평화와 조화를 사랑하는 신들은 에리스를 극도로 싫어했죠. 헤스티아(화덕의 여신), 데메테르(농업의 여신), 아폴론(예술의 신) 같은 신들은 에리스와 거리를 두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에리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어요. 인간 세상에 갈등이 존재하는 한, 에리스도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신들은 에리스를 멀리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에리스의 위치 때문에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서 비극이 시작됐어요. 신들은 "에리스를 초대하면 결혼식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에리스를 초대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2. 황금사과의 심판: 세 여신의 경쟁과 트로이 전쟁의 씨앗
결혼식장에 던져진 황금사과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은 올림포스 역사상 가장 성대한 행사 중 하나였어요. 펠레우스는 뛰어난 인간 영웅이었고, 테티스는 바다의 님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거든요.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모든 신과 님프들을 초대했어요.
화려한 연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연회장 문이 열리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신이 나타났어요. 바로 에리스였죠. 초대받지 못한 것에 분노한 에리스는 아무 말 없이 황금사과 하나를 연회장 한가운데에 던졌어요.
그 황금사과에는 "칼리스테이(Καλλίστῃ)"라고 쓰여있었어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뜻이었죠. 그리고 에리스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버렸어요.
처음에는 모두가 당황했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곧 상황이 명확해졌어요. 세 여신이 동시에 그 사과를 집어들려고 한 거예요. 바로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였어요.
헤라는 "내가 신들의 여왕이니까 당연히 내 것이다"라고 주장했어요. 아테나는 "지혜와 전략에서 누가 나를 이기겠는가"라고 맞섰어요.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의 여신은 바로 나인데 무슨 논쟁이 필요한가"라고 말했죠.
파리스의 선택: 세 가지 유혹
세 여신의 다툼은 올림포스를 뒤흔들 정도로 격렬해졌어요. 제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누구 편을 들어도 나머지 두 여신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 뻔했어요. 그래서 제우스는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인간에게 판단을 맡기기로 한 거죠.
제우스가 선택한 심판관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였어요. 파리스는 어렸을 때 버려져서 목동으로 자랐지만, 뛰어난 미모와 지성을 가진 청년이었어요. 헤르메스가 파리스를 찾아가서 "세 여신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단하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전했어요.
세 여신이 파리스 앞에 나타났을 때, 각자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파리스를 유혹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각 여신은 파리스가 자신을 선택하면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헤라는 권력을 제시했어요. "나를 선택하면 너는 아시아 전체의 왕이 될 것이다. 무한한 부와 권력이 네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헤라는 정치적 권력의 여신답게 세속적 성공을 약속한 거죠.
아테나는 영광을 제시했어요. "나를 선택하면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사이자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했어요. 지혜와 전쟁의 여신답게 불멸의 명예를 약속했죠.
아프로디테는 사랑을 제시했어요. "나를 선택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헬레네, 스파르타의 왕비를 네게 주겠다"라고 속삭였어요.
파리스의 치명적 결정
파리스는 고민했어요. 권력, 영광, 사랑... 세 가지 모두 매력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젊은 파리스는 낭만적인 사랑을 선택했어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건네며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라고 선언한 거죠.
아프로디테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헤라와 아테나는 격렬하게 분노했어요. 특히 자존심이 강한 헤라는 트로이와 파리스에게 영원한 저주를 내렸어요. "너와 네 나라는 끔찍한 파멸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말이에요.
파리스는 그 순간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어요. 단지 아름다운 헬레네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죠. 하지만 이 선택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게 될 거대한 전쟁의 씨앗이었어요.
에리스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한 거예요. 작은 황금사과 하나로 세 명의 강력한 여신들을 적으로 만들고, 그들 사이에 영원한 갈등을 심어놓았거든요. 그리고 이 갈등은 곧 인간 세계로 번져나갈 예정이었어요.
헬레네의 납치와 전쟁의 시작
아프로디테는 약속을 지켰어요. 파리스가 외교 사절로 스파르타를 방문했을 때, 아프로디테는 헬레네의 마음에 파리스에 대한 사랑을 심어놓았거든요. 헬레네는 남편 메넬라오스를 버리고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쳤어요.
이 사건은 그리스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어요.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은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소집해서 트로이를 공격하기로 결정했거든요. 헬레네를 되찾는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트로이의 부와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욕심도 있었어요.
여기서 헤라와 아테나의 복수가 시작됐어요. 두 여신은 그리스 편에 서서 트로이를 완전히 파괴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파리스의 선택에 대한 보복이었죠. 반대로 아프로디테는 트로이 편을 들었고, 자신의 아들 아이네이아스도 트로이군에 합류시켰어요.
10년간의 긴 전쟁이 시작됐어요.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아이네이아스... 수많은 영웅들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죽어갔어요. 도시는 불탔고, 가족은 흩어졌고, 문명은 파괴됐어요.
에리스의 완벽한 승리
전쟁이 끝났을 때 누가 이겼을까요? 그리스군이 이겼다고 하지만, 사실 진짜 승자는 에리스였어요. 그녀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거였거든요. 최대한의 불화, 최대한의 파괴, 최대한의 고통...
트로이는 완전히 멸망했어요. 왕족은 몰살당하고, 도시는 재로 변했고, 여자들은 노예가 됐어요. 하지만 승자인 그리스군도 행복하지 못했어요. 많은 영웅들이 전쟁터에서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온갖 고난을 겪었어요.
아가멤논은 승리하고 돌아왔지만 아내에게 살해당했어요. 오디세우스는 10년을 더 헤매며 고생했어요. 아이아스는 미쳐버렸고, 많은 영웅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죠.
헤라와 아테나는 복수를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고, 그들이 좋아하던 그리스 영웅들도 많이 희생됐거든요. 아프로디테도 트로이의 멸망을 막지 못해서 슬퍼했어요.
결국 모두가 불행해진 거예요. 에리스는 이 모든 상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을 거예요. 작은 황금사과 하나로 이토록 거대한 파국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말이에요.
3. 불화의 교훈: 에리스가 현대에 남긴 메시지
작은 질투가 만드는 나비효과
에리스의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시작은 미미했다"는 점이에요. 단지 결혼식 초대를 받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죠. 에리스는 문제를 일으키는 여신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은 배제가 황금사과로 이어졌고, 황금사과가 세 여신의 경쟁으로 이어졌고, 경쟁이 파리스의 선택으로 이어졌고, 선택이 헬레네의 납치로 이어졌고, 납치가 트로이 전쟁으로 이어졌어요. 결국 수만 명이 죽는 대참사로 끝난 거죠.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에리스의 나비효과"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직장에서 누군가를 회의에 초대하지 않았다가 부서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 학교에서 친구를 파티에 부르지 않았다가 따돌림 문제로 커지는 경우...
국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작은 외교적 결례가 무역 분쟁이 되고, 무역 분쟁이 정치적 갈등이 되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 역사적 사례들이 많아요. 1차 세계대전도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이라는 '작은' 사건에서 시작됐잖아요.
에리스는 우리에게 "작은 갈등을 무시하지 말라"고 가르쳐요. 처음에 적절히 대처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가,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거예요.
비교와 경쟁의 독: 황금사과의 현대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 이것의 본질은 비교예요. 누가 더 나은지, 누가 1등인지를 가리도록 만드는 거죠. 그리고 비교는 필연적으로 질투와 경쟁을 낳아요.
현대 사회는 에리스의 황금사과로 가득 차 있어요. SNS를 보세요. "좋아요"와 "팔로워" 수가 현대판 황금사과예요. 누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지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거든요. 학교에서는 성적이, 직장에서는 승진과 연봉이 황금사과 역할을 해요.
문제는 이런 비교가 끝이 없다는 거예요.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각각 다른 영역에서 완벽했어요. 헤라는 권력에서, 아테나는 지혜에서,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에서 최고였죠. 하지만 황금사과는 그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게 만들었어요.
심리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비교 이론"으로 설명해요.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아를 확립하지만, 과도한 비교는 불행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거예요. 에리스는 이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거죠.
소셜 미디어 시대의 에리스
만약 에리스가 현대에 살았다면 아마 소셜 미디어를 가장 좋아했을 거예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이 모든 플랫폼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고, 작은 갈등을 증폭시키거든요.
누군가의 행복한 사진을 보면서 "왜 나만 불행한가" 생각하게 되는 것, 친구의 성공 소식에 축하보다 질투를 먼저 느끼는 것, 사소한 의견 차이가 악플과 논쟁으로 번지는 것... 이 모든 게 에리스의 영역이에요.
특히 온라인에서는 익명성 때문에 에리스의 힘이 더 강해져요.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까 더 쉽게 갈등을 일으키고, 더 쉽게 극단적인 말을 하게 되거든요. 댓글창은 현대판 황금사과가 굴러다니는 공간이에요.
사이버 불링, 온라인 논쟁, 가짜 뉴스의 확산... 이런 현상들은 모두 에리스의 디지털 화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오해나 악의적인 게시물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걸 우리는 자주 목격해요.
조직 내 갈등과 에리스의 그림자
직장이나 조직에서도 에리스는 활발하게 활동해요. 특히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래요. 승진, 보너스, 인정... 이런 것들이 현대판 황금사과가 되어 동료들을 경쟁자로 만들어버려요.
조직 심리학에서는 "불건전한 경쟁 문화"가 조직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해요. 동료를 밟고 올라서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 다른 부서를 적으로 여기는 사일로 현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숨기는 행태... 이 모든 것이 에리스가 만드는 불화예요.
특히 리더십의 부재나 불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에리스에게 완벽한 놀이터를 제공해요. 누가 승진할지 불투명하고,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편애가 있다고 느껴지면... 조직 내 갈등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요.
하지만 반대로 '좋은 에리스'를 활용하는 조직도 있어요. 건강한 경쟁을 장려하고, 협력을 통한 성과를 인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들이죠. 이런 곳에서는 경쟁이 파괴가 아니라 발전의 동력이 돼요.
에리스를 다루는 지혜: 갈등 관리의 기술
고대 그리스인들은 에리스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갈등도 존재할 수밖에 없거든요. 중요한 것은 에리스를 어떻게 다루느냐였어요.
현대 심리학과 갈등 해결 이론도 같은 접근을 해요. 갈등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갈등을 건설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거죠. 나쁜 에리스를 좋은 에리스로 바꾸는 거예요.
첫째,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요. 에리스는 작게 시작해서 점점 커져요. 초기에 갈등의 싹을 발견하고 대화로 풀면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요. 펠레우스와 테티스가 에리스를 결혼식에 초대했거나, 아니면 따로 찾아가서 정중히 사과했다면 어땠을까요?
둘째, 비교와 경쟁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기준으로 삼는 거예요. "누가 1등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를 묻는 거죠.
셋째, 소통과 투명성이 중요해요. 많은 갈등은 오해와 불신에서 시작돼요. 열린 대화와 정직한 소통이 에리스의 힘을 약화시켜요.
에리스의 긍정적 활용: 변화의 촉매제
역설적이지만 에리스는 때로 필요하기도 해요. 너무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태는 정체를 낳을 수 있거든요. 적당한 갈등과 긴장은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어요.
사회 변혁의 역사를 보면 에리스의 역할이 보여요.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에리스의 힘)가 시민운동이나 개혁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요. 프랑스 혁명, 미국 민권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모두 현상에 대한 '건강한 불화'에서 시작됐어요.
기업 혁신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조직 내부의 비판과 토론(건설적 갈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내요. 스티브 잡스는 의도적으로 팀 간 경쟁을 만들어서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알려져 있어요.
중요한 것은 에리스의 에너지를 파괴가 아니라 창조로 전환하는 거예요. 갈등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거죠.
마치며
에리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우리 일상에도 수많은 작은 황금사과들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족 안에서, 온라인에서... 곳곳에 에리스의 그림자가 있어요.
하지만 에리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갈등은 나쁘다"는 교훈만 주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갈등은 불가피하니 현명하게 다루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고대 그리스인들이 에리스를 두 명으로 나눈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나쁜 에리스를 좋은 에리스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거죠.
다음에 누군가와 갈등이 생기거나, 비교와 경쟁에 지쳐있을 때, 에리스를 떠올려보세요. "내가 지금 에리스의 황금사과를 쫓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갈등을 어떻게 건설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거예요.
에리스는 초대받지 못한 것에 화가 나서 세상을 전쟁터로 만들었어요. 우리는 어떤가요? 작은 불만과 질투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에리스의 이야기는 3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